본문 바로가기
건강

코로나 감염 극복기 (7일 자가격리 해방일지) - 1부

by Before Sunset 2023. 5. 17.

나는 기저질환자라 6개월 단위로 백신을 꼼꼼하게 챙겨 맞고 있다. 현재는 화이자 접종을 4차까지 마친 상태이며 백신 후유증도 없이 나름 코로나 시대를 잘 견뎌내고 있었다. 매일 팬티보다 잘 챙겨입는 것이 마스크고 퇴근 후 사적인 모임도 거의 하지 않는 편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작년까지는 그랬었다.

 

최근 실내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고 날씨도 점점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노팬티 횟수보다 노마스크 빈도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스스로 나태해졌음을 느끼기 시작하던 찰나, 열이 나고 목이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확진 하루 전 - 몸살 감기 증상

뭔가 느낌이 쎄에 하다.
목구멍에서 이물감이 느껴진다.

 

몸 전체에 모래주머니를 매단것 처럼 행동이 무기력해지고 미열과 함께 몸살이 찾아왔다. 머리는 어질어질하고 눈알은 튀어나올 듯이 욱신거렸다. 침을 삼킬 때마다 기분 나쁜 이물감이 목에서 느껴지기 시작했다.

 

더 심각한 것은, 딱히 이상한 것을 먹은 것도 아닌데 주륵주륵 설사를 했다. 음식의 수분 함량과 관계없이 먹었다 하면 곧바로 신호가 왔고 여지없이 묽은 똥을 쏟아냈다.

 

거의 3년 만에 겪는 감기 증상이라 매우 낯설다. 퇴근 길에 몸살감기에 좋다는 갈근탕을 구입하여 집에 있는 타이레놀과 함께 복용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보통 약 먹고 7시간 이상 푹 자면 다음 날 오전에는 개운하게 기상하는 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밤새 고열과 몸살로 뒤척이느라 아침이 되어서도 몸은 천근만근이고 머리가 지끈거리고 아팠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밤 사이에 열은 좀 떨어진 것 같다.

 

 

확진 당일 - 39.7도

지금 일어나면 늦지않게 출근이 가능하다.
출근은 하겠지만 평소처럼 일 할 수 있을까?

 

밤 사이 약효가 돌아서일까, 열은 떨어진 것 같은데 그래도 여전히 몸은 무겁고 머리가 띵하다. 일단 일어나서 간단히 씻고 나설 준비를 했다. 오늘 하루 몸 상태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겨우 제시간에 출근했다.

 

오전 9시가 지나자 슬슬 발열이 시작됐다. 10시 이후에는 잔기침, 오한, 인후통이 동시에 몰려왔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처럼 두통이 심했다. 이번에는 단순 감기가 아닌 것을 직감했다. 12시쯤 긴급하게 오후 휴가를 신청하고 근처 이비인후과로 달려갔다.

 

겨우 도착한 병원은 점심 Break Time이라 오후 2시부터 진료가 가능했다. 더 움직일 기력도 없었기에 1시간 동안 병원 로비 의자에 걸터앉아 쪽잠을 자며 기다렸다. 오한과 발열이 점점 심해져서 이대로는 몸이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것 같았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오후 2시가 되어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병원에 올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세상에는 아픈 사람들이 정말 많다. 어느 병원을 가나 한가한 곳을 본 적이 없다.

 

진료 순서가 오기 전에 열 체크를 먼저 했다.

39.7도

 

열을 재던 간호사가 화들짝 놀라며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먼저 해보자고 한다. 15분쯤 더 대기한 후 코로나와 독감 검사를 동시에 실시했다. 코로 들어간 검사 키트가 목구멍을 터치하고 나올 때의 느낌은 늘 불쾌하다. 

 

몇 분 후,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독감은 아니란다. 몸에 기운이 너무 없어 수액을 한 병 맞고 싶었지만 코로나 확진자들은 수액조차 맞을 수 없단다. 일주일 자가격리 확인서와 처방전을 발급받고 쫓기듯 병원을 나왔다. 

 

코로나-확진-판정,-자가격리-확인서
코로나 양성 판정 후 일주일 간 자가격리 조치에 취해졌다.

 

회사와 가족에게 확진 소식을 전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현관 쪽에 있는 가장 외진 방에 스스로를 봉인했다. 저녁은 배달 주문한 전복죽과 삼계죽으로 대충 해결하고 처방받은 약을 먹고 곧바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초여름 날씨에 전기장판을 켜고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으니 온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베개와 잠옷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도 몸의 한기는 쉽게 가시질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리며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오늘 윤대통령이 코로나 엔데믹 종식선언을 했다. 오는 6월 1일부터는 자가격리 '7일 의무'에서 '5일 권고'로 바뀐다고 한다. 이렇게 상반되는 상황 속에서 나의 코로나 자가격리 첫날이 저물었다.

 

※ 2부 예고 : 자가격리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물과 식사를 소개합니다.

코로나-자가격리-식사
자가격리 2일째부터 식사를 문앞에 두고 노크를 하고 떠나는 와이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