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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코로나 극복기 - 2부 (증상, 자가격리 준비물과 식사)

by Before Sunset 2023. 5. 19.

밤 새 고열과 몸살에 시달리다 겨우 잠들었을 무렵, 벌써 날이 밝았는지 아침 먹으라고 노크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지, 난 지금 코로나 확진으로 자가격리 중이다. 오랜만에 침대가 아닌 맨바닥에서 잤더니 온몸이 뻐근하고 쑤시다. 

 

확진 2일 째 - 인후통 등장

처방받은 약이 효과가 있었나 보다. 아침에는 열도 많이 내리고 몸살 기운도 거의 없다. 그런데 인후통은 더 심해졌다. 침을 삼킬 때마다 가시로 목구멍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이미 코로나를 겪은 사람들이 말했던 인후통이 바로 이것인가 보다.

 

오늘 아침부터는 와이프가 문 앞에 밥을 놓고 노크를 하면 내가 손만 뻗어 갖고 들어가기로 했다. 아침 식사 메뉴는 아보카도 덮밥생자몽 쥬스다. 밥 위에 싱싱한 아보카도와 계란 프라이를 얹고 맛간장으로 간을 맞춘 아침 식사용으로 아주 훌륭한 건강식이다.

확진-2일째-아침식사-아보카도덮밥
코로나 확진 2일째 아침식사는 아보카도 덮밥과 자몽주스

 

인후통 때문에 삼키기 버거웠지만 언제 또 발열이 심해질지 모르니 필살의 마음가짐으로 씹어 삼켰다. 식사 후 약도 꼼꼼히 챙겨 먹고 나니 또 졸음이 몰려온다.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나니 생후 10개월 된 아기에게서 미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와이프가 부랴부랴 가까운 소아과에 데려가 감기와 소변검사를 하고 왔는데 지금은 약도 아까운 수준의 미열이라 당장 돌아가라고 했단다. 가슴을 쓸어내렸다.

 

병원 갔다 집에 오는 길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크로플, 수제쿠키를 샀다며 배급해 주었다. 코로나 자가격리의 장점 중 하나는 딱히 가려 먹을 음식이 없다는 것이다. 격리 중에 먹는 간식이라 더 꿀맛이다. 군대에서 사식 먹는 느낌이랄까.

아메리카노-크로플-쿠키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즐기는 크로플 & 수제쿠키

 

오전 간식을 먹고 또 잤다. 몸이 회복되는 과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끊임없이 잠이 온다. 잠을 계속 자다 보면 잠이 깨는 것이 아니라 왕잠이 찾아온다. 그러다 보면 또 어느새 다음 끼니때가 된다.

 

점심 메뉴는 스태미너에 좋은 장어탕고구마, 식혜다. 고향에서 배달된 엄마표 장어탕은 아직까지 레시피가 공개되지 않은 전매특허 요리다. 싱싱한 장어와 고사리, 숙주나물 등의 다양한 채소와 함께 푹 끓인 최고의 영양만점 보양식이다.

장어탕,-식혜,-고구마
엄마가 끓인 장어탕은 지금 당장 식당을 차려도 손색이 없을만큼 완벽한 맛과 영양을 자랑한다.

 

오후 내내 인후통에 시달리며 몇 차례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보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다. 저녁 메뉴는 구운 통마늘과 토마토, 양파, 아스파라거스가 곁들여진 블랙라벨 스테이크다. 10여년 간의 결혼 생활 동안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렇게 호사스러운 식단을 대접받은 적이 있었던가.

블랙라벨-스테이크와-아스파라거스
매 끼니 이런 호사스런 식사를 마음놓고 먹어도 되는 것인가. 혹시라도 뒷탈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아무런 댓가 없이 이런 식사를 대접받을 만큼 나는 과연 떳떳한가. 밖에서 바이러스나 달고 들어온 주제에 이런 대접을 받을 자격이 과연 있는가. 걱정 반, 고마움 반의 복잡한 심정으로 맛있게 먹어치웠다.

 

하루종일 잘 먹고 잘 잔 탓인가. 밤이 되니 오히려 정신이 멀쩡해졌다. 그동안 일과 육아에 치어 문화생활은 엄두도 내지 못했던 터라 오랜만에 기분 좀 내보고 싶었다. 미리 준비한 캠핑용품과 노트북, 감자칩이 드디어 빛을 발할 때가 왔다.

자가격리-필수-장비
격리된 방에 책상과 의자가 없다면 캠핑용품을 최대한 활용하자.

 

넷플릭스 인기 신작 택배기사 시즌1 정주행을 마치고나니 어느덧 새벽 3시다. 자유로운 기분에 취해 너무 달렸다. 충분한 수면과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코로나 감염 환자가 지금 뭐 하는 짓인가.

 

다음날, 그 혹독한 댓가를 치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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