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는 기업에 특화된 폐쇄적인 솔루션입니다. 초기 도입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도 비싸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구축을 망설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 말인즉슨, 어느 회사의 기간 시스템이 SAP라면 그 회사는 중소기업 이상의 매출이 발생하는 큰 회사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참고할만한 정보일 것입니다.
SAP 입문하기
앞서 언급했듯이, SAP는 중소기업 이상 규모의 회사에서 사용하는 기간 시스템입니다. 세계 100대 기업 중 99개 회사가 SAP를 사용할 만큼 글로벌 인지도와 점유율이 높고 이미 검증된 솔루션 입니다.
IT업종으로 진로를 정한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SAP는 단연 매력적인 취업 성공을 위한 필살기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SAP는 학생이나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닙니다. SAP에서 진행하는 정규 교육 과정을 수강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100만원에서 최대 300만원이 넘는 수업료를 지불해야 합니다.
다행히 고용노동부가 SAP와 협력하여 'Young Next Cloud Academy'라는 무료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작년 11월에 2기 모집이 있었고 모집 규모는 서울 125명, 부산 25명, 천안 30명으로 서류와 면접을 거쳐 최종 대상자를 선발했습니다.
국내 대학 중에서는 광운대, 숭실대, 서강대 등 일부 대학에서 SAP 강의를 수강할 수 있습니다. 특히, 광운대 경영학부가 SAP 특강으로 유명한 편입니다.
나에게 맞는 테크트리
'SAP를 배운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 ABAP 프로그래밍 방법을 배운다.
- 모듈 기능과 Configuration 방법을 배운다.
ABAP 프로그래밍은 개발자가 되기 위한 필수 기술 역량이며 모듈 기능과 Configuration 방법은 컨설턴트에게 필요한 기술 역량입니다. 그럼 둘 중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 유리할까요?
지금부터 소개드리는 SAP 경력 테크트리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힙니다.
필자가 추천하는 SAP 경력 테크트리에는 두 가지 고려 요소가 있습니다.
- 회사생활 실무 경험이 있는가
- 성격이 내성적인가, 외향적인가
위의 두 가지 요소를 바탕으로, ABAP 프로그래밍 방법을 공부하여 개발자로 성장하기 유리한 유형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ABAP 개발자는 회사 실무 경험이 없어도 프로그래밍 기술만으로 진입이 가능한 영역입니다. 정해진 프로세스와 개발스펙을 참고하여 프로그램이 오류 없이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개발자로 오래 활동한 베테랑 개발자는 개발스펙 없이 화면 설계만 보고도 오류 없는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합니다. 이미 모듈의 작동원리와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며 개발자에서 컨설턴트로 업무 전환이 가능한 이유도 이점 때문입니다.
ABAP 개발자는 컨설턴트에 비해 고객의 이해관계자와 직접 대면할 일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내성적인 성격의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진로입니다. 실제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사람이 다른 사람과 대화, 토론 등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힘들고 괴로운 나머지 개발자로 전향하여 평화를 찾은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반면에, 컨설턴트는 실무경험이 있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프로젝트에서 컨설턴트의 주요 역할은 고객의 비즈니스 요구사항에 대해 이해관계자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토론하여 미래의 이미지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실무경험이 없는 컨설턴트는 고객의 요구사항 자체를 이해하지 못해서 중도에 낙오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컨설턴트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착수보고, 주간회의, 이슈보고 등 수시로 자료를 준비하고 직접 설명하거나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성격이 내성적인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진로입니다.
개인적인 추천 트리
개인적으로, SAP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실무경험 여부를 떠나서 ABAP 프로그램 개발을 먼저 해보는 것을 강력 추천 합니다. 그 이유는 ABAP 프로그래밍 언어는 Java나 C# 등 전통적인 프로그래밍 언어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Java는 웹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개발 언어입니다. 반면에, ABAP은 모듈의 기능과 프로세스가 프로그래밍에 사용되는 테이블과 소스코드를 통해 표현되는 비즈니스 언어입니다. 'SAP 시리즈 1탄'에서 ABAP 개발자도 모듈 지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이유가 바로 이점 때문입니다.
ABAP 개발을 계속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개발한 모듈의 기능과 작동원리를 깊숙이 파악하게 되기 때문에 오히려 웬만한 컨설턴트보다 모듈 이해 수준이 높은 개발자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이런 베테랑 개발자들은 자신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컨설턴트와 개발자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ABAP 개발을 추천하는 또 한 가지의 이유는 SAP 트렌드의 변화입니다. ABAP을 몰라서 자체 소스코드 분석이 불가능한 '1세대 컨설턴트'의 전성시대는 이미 저물었습니다. 단적인 예로, 최근 몇 년 동안 필자가 소싱한 컨설턴트 참여 조건에는 '소스코드 분석이 가능해야 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개발자가 기존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분석해서 컨설턴트에게 알려주던 시대는 진작에 지났습니다. 쉽게 말해, ABAP을 배우지 않고 모듈 컨설턴트로 바로 뛰어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더 이상 없다는 뜻입니다.
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ABAP을 모르는 컨설턴트는 애초에 프로젝트 참여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ABAP은 SAP의 원천 기술이며 SAP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제2외국어' 같은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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