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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위암에 걸리는 이유

by Before Sunset 2023. 1. 9.

위암에 걸리는 대표적인 원인 8가지


필자는 사회적 위치를 다져가는 가장 왕성한 활동기였던 37세에 위암 진단을 받았다.

 

"나는 왜 위암에 걸린 것인가?"
"왜 하필 나인가?"

분노와 허탈함에 몇 날 며칠을 뜬 눈으로 지새웠다. 필자의 위암 극복 경험과 잘 알려진 의학 정보를 다시금 널리 알려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기를 희망한다.

위암은 인생의 황금기인 30~40대 발생률이 무려 30%에 달한다. 젊은 위암 환자들의 경우, 암에 대한 경각심이 적어 증상이 있어도 자신을 맹신하여 병원을 늦게 찾는 경향이 있다. 필자 또한 37세에 위암 진단을 받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위내시경을 해본 적이 없었다.

위암은 환자가 젊을수록 생물학적으로 더 공격적이고 예후도 좋지 않다는 보고가 많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고 수술하면 예후에 큰 차이가 없으므로 조기에 진단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알려진 위암의 원인은 수십 가지가 넘는다. 이는 뚜렷한 한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병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그러나 신빙성 있는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하면, 소화기관의 최전방 공격수인 위에서 발생하는 위암은 식생활이 중요한 원인임이 분명하다.

식생활과 관련하여 위암에 걸리는 대표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흰 쌀밥 위주의 식사

밥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탄수화물 섭취량은 일일 총열량의 80%를 차지한다. 체내에서 쓰이고 남은 탄수화물은 중성지방으로 바뀌어 내장지방으로 쌓이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특히 흰쌀밥(백미)은 비타민과 무기질 등 쌀의 영양소가 거의 깎여나간 상태의 탄수화물 덩어리다. 때문에 위 배출 시간이 짧아 식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허기를 느끼고 과식을 하게 된다. 과식을 하면 위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위에 자극을 주는 맵고 짠 반찬이나 국도 많이 먹게 되므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2. 맵고 짠 음식

소금은 과다 섭취 시 위염을 유발하거나 위 점막을 손상시켜 위 내 발암물질의 작용을 돕는 보조발암 작용을 한다. 섭취한 소금의 일부는 몸 안에서 아질산염의 형태로 바뀌고 아질산염은 단백질과 만나 강력한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을 발생시켜 위암의 원인 물질이 된다. 위암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일본, 칠레, 핀란드, 아일랜드 등 소금에 절인 채소나 생선을 즐겨 먹는 나라에서 발생률이 높다.

김치와 젓갈, 찌개를 즐겨 먹는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3그램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권장하는 하루 소금 섭취량(5그램)의 3배에 가깝다. 또한 고추의 캡사이신, 후추의 피페린, 생강의 진저론, 카레의 커큐민 등 향신료에 들어 있는 매운맛 성분은 한꺼번에 많이 먹었을 때 위를 상하게 할 수 있다.

마늘과 양파는 항산화 및 항암 효과에 탁월한 식품이며 이들을 익히면 매운맛 성분이 대부분 제거되므로 위장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라면 굽거나 삶아서 먹는 것이 좋다.

3. 태우거나 훈제한 고기

국제 암연구소에서는 육류나 생선을 높은 온도에서 조리하거나 훈제 식품을 익힐 때 생성되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 헤테로 사이클릭아민, N-니트로소화합물 등을 발암성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불에 직접 굽거나 연기를 쐬는 직화구이로 조리한 음식은 연료가 불완전 연소될 때 나오는 연기 속에 함유된 발암물질인 PAH와 벤조피렌을 다량 포함하고 있다. PAH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유사하며, 벤조피렌은 담배에 들어 있는 유독 물질로써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햄, 소시지 같은 가공 육류 식품을 제조할 때는 보존성을 높이고 색을 내기 위해 아질산이 첨가된다. 아질산은 육류의 단백질에서 나오는 아민, 아미드류와 제조 과정에서 상호 반응하면 발암물질인 N-니트로소화합물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아질산이 첨가된 가공 육류 식품을 태우거나 훈제하면 각종 발암물질이 수십 배 이상 발생한다.

외국 연구에 의하면 바베큐나 훈제 음식을 일주일에 2회 이상 먹는 경우 위암의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한다. 일본이나 아이슬란드에서 위암의 발생이 많은 원인 중 하나도 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다.

4. 지나친 음주와 흡연

술과 담배는 위 뿐만 아니라 폐, 간 등 주요 장기의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빈속에 마시는 술은 알코올 흡수 속도가 빨라져서 위 점막을 자극해 급/만성위염이나 위출혈을 일으킨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위암 발생률이 2~3배 높다는 보고 결과가 있다. 흡연은 위산의 분비를 증가시키며 췌장에서 나오는 알칼리의 분비를 감소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키는 등 궤양 치료를 방해하고 재발시키는 중요한 인자이다.

필자의 경우, 위암 수술 전 음주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폭음을 하는 편이었으나 흡연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음주를 할 때는 매번 과식을 하는 편이었고 소화가 되기도 전에 잠들곤 했다. 잠들기 전 명치가 쑤시고 아픈 증상이 있었지만 단순 소화불량으로만 여겼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용케 완치 판정 받고 정상인 처럼 생활하고 있는 지금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항상 감사하며 살아가는 요즘이다.

 

5. 잦은 회식문화

한국인의 사회생활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것이 회식문화 일 것이다. 회식 자리는 앞서 언급한 맵고 짠 음식, 과식, 지나친 음주와 흡연 등 위 건강에 치명적인 모든 요소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코로나 여파 이후 먹고 마시는 회식 문화가 줄어드는 것 같았으나 집합금지 해제 이후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잦은 회식은 위암뿐만 아니라 복부비만, 지방간, 간염, 간암, 당뇨, 고혈압 등의 원인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횟수를 줄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음한 다음 날 아침에는 피로해진 위를 보호하기 위해 식사 또는 우유 한 잔이라도 꼭 마시고 출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 또한 그렇듯이 위도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쉬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6.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감염

세계보건기구(WHO)는 1994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위암의 위험 인자로 분류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은 오염된 물이나 채소, 키스, 내시경 검사 장비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된다.

헬리코박터균은 다른 균과는 다르게 요소 분해효소를 가지고 있고 이를 통해 요소를 분해하여 알칼리성인 암모니아를 생성해 헬리코박터균 주위를 중성에 가깝게 만들어 위 내에서 생존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이 위암을 일으키는 과정을 살펴보면, 위염이 만성화 되어 위 점막이 얇아지고 주름이 생기는 '위축성 위염'이 생기고 위축된 위 점막을 장 점막의 상피세포가 잠식해 들어가는 '장상피화생' 단계로 발전한다. 그 다음 위 점막의 표층에 암과 비슷한 세포가 생기는 '이형성증' 단계를 거쳐 위암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  위암을 일으키는 과정 : 만성위염증후 → 위축성 위염 → 장상피화생 → 이형성증 → 위암

 

한 역학조사의 보고에 의하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에 감염된 사람이 위암에 걸릴 확률은 1~2%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세균 감염 자체가 위암 발병의 독립적인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음식 등의 환경/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7. 식습관

식생활에서 '무엇을 먹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느냐' 이다. 위암 환자들의 가족력을 조사해 보면 의외로 부모, 형제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오랜기간 한 솥밥을 먹었다는 환경적 요인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싱거운 것 보다는 짠 음식을 좋아 했었고 그 보다 더 치명적인 습관은 야식을 배가 찢어지게 먹은 후 소화가 되기도 전에 잠자리에 드는 일이 많았다. 그 때 마다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의례 괜찮아지겠지' 하고 어리석은 생활을 반복했었다.

8. 유전적 요인

위암 환자와 가족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 가운데 하나는 '위암도 유전이 되는가?' 이다. 그러나 위암의 발생 원인조차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현재로서는 애매한 대답만 듣게 될 것이다.

"아마도 부모로부터 위암 유전인자를 물려 받았을 경우 대부분은 활성화되지 않은 채 그냥 유전으로만 전해지지만 외부의 환경적 요인에 의해 그 발현이 촉진되면 위암이 발생할 수 있다"


보고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우리나라 위암 환자 가운데 부모나 형제자매에게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대략 10%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를 모두 유전성 위암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 이유는 유전성 위암의 진단 기준이 다음과 같이 매우 까다로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째, 적어도 세 명의 가족에서 위암이 확진되어야 하며 이들 중 한 명은 다른 두 명의 직계가족이어야 한다.

둘째, 적어도 2대에 거쳐 위암이 발생해야 한다.

셋째, 이들 중 한 명은 45세 이전에 위암 진단을 받아야 한다.

이와 같이 위암이 유전 한 가지 요인에 의해서 발생한다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개인의 여러가지 식생활, 환경, 생활습관 등에 모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필자의 아버지는 만성적으로 위염을 앓고 계시고 큰 할아버지와 작은 할아버지 두 분 모두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여동생 또한 최근 몇 년째 위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유전적 요인이 위암의 절대적 원인은 아니라고 하지만, 특정한 경우에는 유전적 요인이 불가피한 가족 내력으로 전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참고문헌 : 노성훈 교수의 위암 완치 설명서
 
위암 완치 설명서
위암은 흔하지만 여전히 두려운 질병이다. 성별 주요 암 발생 현황(2013년)에 따르면 남자의 경우 전체 암 발생자 중 약 18%, 여자의 경우에는 약 9%가 위암 환자였다. 100명 중 13명이 위암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이다. 위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95% 이상 완치할 수 있지만 말기에 이르도록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어 치료 적기를 놓치는 환자가 적지 않다. 또한 발견해도 치료 과정이 길고 복잡하여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위암은 단 한 번의 수술이나 항암 치료로 완치되지 않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완치까지의 길고 낯선 여정에 세계 정상 위암 명의와 국내 최고 의료진이 함께한다. 위암 수술 세계 1위 노성훈 교수는 지난 30여 년간 위암 환자 9,600여 명의 수술을 집도하며 수술 후 5년 생존율 73%, 합병증 발생률 10%, 사망률 0.3%라는 놀라운 치료 성과를 기록했다. 그런 그가 위암 환자와 가족을 위해 위암이 어떤 질병이며, 왜 발생하고, 어떻게 치료하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 『위암 완치 설명서』에 최신 치료법 및 트렌드를 담아 개정판을 선보인다. 위암 치료부터 관리 및 예방에 필요한 모든 정보와 치료 트렌드를 한 권으로 엮어 위암 환자와 가족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노성훈, 연세암병원 위암센터
출판
헬스조선
출판일
2016.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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