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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코로나 극복기 - 3부 (전염, 혓바늘과 헤르페스)

by Before Sunset 2023. 5. 21.

몸 상태를 과신하여 새벽까지 놀다 잔 것에 대한 대가인가, 아침부터 두통과 인후통이 다시 몰려왔다. 만약 내가 확진 2일째에 무리하지 않았다면 후유증 없이 회복할 수 있었을까.

 

 

확진 3일 째

확진 3일째 새벽에는 여러모로 상황 변화가 많았다. 혓바늘이 돋아 음식이 혀에 닿기만 해도 바늘로 찌르듯이 아팠고 그로 인한 후유증인지 후각과 미각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침으로 먹은 아보카도 덮밥계란프라이, 잔슨빌 소시지 구이에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아보카도-덮밥과-잔슨빌-소세지-구이
잘익은 아보카도와 계란 프라이를 얹은 아보카도 덮밥과 잔슨빌 소세지 구이

 

하지만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아침부터 아기 열이 38도를 넘어서며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와이프가 아기를 안고 집 근처 소아과로 부랴부랴 달려갔다. 잠시 후, 전화기 너머로 와이프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아기와 와이프 모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집 안에서의 자가격리는 의미가 없어졌기에 본인도 문 밖으로 나왔고 온 가족이 코로나와 고군분투하기 시작했다. 식탁 위에는 우리 가족 세 식구 각자의 약봉지가 한가득 쌓여있다. 지금부터는 각자가 약빨로 버티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할 때다.

 

당분간 식사는 배달 음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낸 탓에 점심을 걸렀더니 출출했다. 최근에 오픈한 집 근처 선명희 피자집에서 포장 주문 5천원 할인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자가격리 중이긴 하지만 최대한 입과 코를 가리고 인적이 드문 길을 통해 무사히 피자 한 판을 포장해 왔다.

선명희-피자,-바싹-불고기-피자
최근에 오픈한 집 근처 선명희 피자집의 시그니처 바싹 불고기 피자 (맛있다)

 

폭신한 수제 도우 위에 바싹 익힌 불고기 토핑이 달달하고 바삭하게 얹혀있다. 피자와 함께 제공된 와사비 소스를 곁들이니 느끼함도 덜하고 풍미가 참신했다.

 

힘든 하루를 보낸 우리 가족은 각자의 저녁 약을 챙겨 먹고 밤 10시쯤 일제히 잠들었다.

 

 

확진 4일째

아침에 눈을 뜨니 혓바늘은 더 심해지고 입술 전체에 헤르페스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혀 끝에 음식물이 닿기만 해도 바늘로 찌르는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뜨겁거나 고춧가루가 들어있는 음식은 엄두도 못 낼 뿐만 아니라 헤르페스 때문에 입을 벌리기도 힘들었다.

 

침을 삼킬 때의 통증은 거의 사라졌지만 목구멍 속 가래가 점점 뭉쳐서 커지는 느낌이고 목소리는 갈라져서 정상적으로 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침은 전 날 먹다 남은 피자로 대충 요기를 했다. 아직 몸에 한기가 있고 목이 건조한 탓인지 뜨끈한 국물이 너무 먹고 싶다. 점심은 순대국밥, 저녁은 콩나물국밥으로 식욕을 채웠다. 뜨거운 국물이 혓바늘을 자극했지만 식욕이 고통보다 앞섰다. 

순대국밥과-콩나물국밥
고추가루가 들어가지 않은 순대국밥과 콩나물국밥으로 혓바늘 자극을 최소화했다.

 

 

확진 5일째

일주일 격리기간 중 혓바늘과 입술 헤르페스가 최고조에 달한 날이다. 이건 뭐 도저히 음식을 입에 넣고 씹을 수가 없는 지경이다. 심지어 미각과 후각도 거의 사라진 상태라 무엇을 먹고 마셔도 감흥이 없다.

 

입 안 상태가 이 지경이다 보니 입맛도 없다.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고통이고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선택한 메뉴는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벌꿀 그릭 요거트다.

아보카도-새우-샐러드와-벌꿀-그릭요거트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와 바나나 벌꿀 그래놀라 그릭 요거트

 

최소한의 식사로 오늘 하루 버텨보자는 심정으로 선택한 식단이었다. 하지만 샐러드드레싱이 발사믹 식초였다는 사실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발사믹 식초가 혓바늘에 닿을 때마다 온몸이 감전되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다행히 아기의 열은 거의 다 잡혔다. 코로나는 나이가 많을수록 증상이 심하고 고위험군에 가깝다는 말이 맞나 보다. 와이프도 인후통이 심한지 목소리가 완전히 잠겨있다.

 

확진 6일째

자가격리를 시작한 지 벌써 5일이 지났다. 남은 이틀 동안 온전히 회복해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지긋지긋한 혓바늘과 헤르페스는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열과 인후통은 거의 사라졌다. 목 안에 가래가 계속 생기긴 하지만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는 정도는 아니다. 오늘 하루, 혓바늘과 헤르페스 치유에 전념하기 위해 최대한 입 안에 자극이 없는 음식들을 섭취했다.

 

오전에는 아카시아꿀호밀빵을 찍어먹었다. 입술과 혀에 꿀이 코팅되어 통증이 완화되는 느낌이다. 일부러 꿀을 입술 전체에 고루 발라서 끈적한 상태를 유지했다.

호밀빵과-아카시아꿀,-따끈한-보리차
혓바늘과 헤르페스 치료를 위해 자극이 없는 아카시아꿀과 따뜻한 보리차를 많이 섭취했다.

 

인후통이 심한 와이프가 거의 식사를 못하고 있어서일까. 오후에는 장모님의 구호물자가 도착했다. 아이스 박스 안에 멸치볶음, 깻잎무침, 오이소박이, 구이용 소고기와 소고기 무국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장모님표-소고기무국
장모님이 보내주신 구호물자, 소고기무국

 

저녁부터는 배달음식을 끊고 장모님이 보내주신 구호물자로 식사를 했다. 특히, 진하고 개운한 소고기무국을 먹고 나니 몸에 기운이 돈다. 저녁때가 되자 놀랍게도 혓바늘과 헤르페스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확진 7일째

자가격리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신기할 정도로 몸 상태가 호전되었다. 발열, 인후통, 혓바늘, 헤르페스 등 거의 모든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가래로 인한 잔기침이 있긴 하지만 다른 증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일주일간 나름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었기 때문이었을까, 전 보다 혈색도 좋아 보인다. 평소 폐기능이 좋지 않았던 와이프는 인후통으로 여전히 고생 중이고 아기는 우리 가족 중 가장 먼저 코로나를 극복했다.

 

일주일만의 출근을 위해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마치며

6월 1일부터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자가격리 5일 권고'로 정책이 바뀐다. 개인의 나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코로나 감염 증상이 다를 수는 있겠으나 본인의 경우에는 일주일 동안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만약, 지금 같은 7일 자가격리 의무의 혜택이 없었다면 개인 연차를 써서 회복에 전념해야 했을 것이다. 아직도 하루 2만 명 정도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의 이번 코로나 종식 선언은 너무 이른 판단이 아니었을까 염려된다.

 

어딘가에서 치료에 전념하고 있을 코로나 환자분들의 쾌유를 기원하며 음식 리뷰처럼 써 내려간 코로나 극복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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