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 프로젝트를 준비함에 있어 좋은 인력을 제 때 소싱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기서 좋은 인력이란, 프로젝트 목적에 맞는 기술 요소를 충분히 갖춘 협조적인 성향의 사람을 의미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프로젝트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한 최적의 인력 소싱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정확한 수요 파악
SAP는 기업의 비즈니스를 10여 개의 모듈로 나눠서 각각의 기능을 수행하지만 결과적으로 모든 프로세스와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는 하나의 생명체와 같은 솔루션입니다. 즉, 기업 혹은 단일 프로젝트의 목적과 성격에 따라 초기에 도입되는 모듈의 종류와 개수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SAP 프로젝트 수행 인력을 소싱하기 위해서는 프로젝트의 목적에 맞는 비즈니스 요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필요한 비즈니스 요건에 따라 도입이 필요한 SAP 모듈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원자재수요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원자재의 수요가 최초로 발생되는 영업 수주(SD) 정보나 생산계획(PP) 정보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 정보를 바탕으로 원자재의 소요 수량(MM)을 예측할 수 있고 창고의 재고 수량을 고려하여 원자재의 과부족(WM)을 예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SAP 인력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개 이상의 모듈을 담당하지 않습니다. 모듈의 수요에 따라 프로젝트의 규모와 비용이 결정되기 때문에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듈의 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맥 총동원
SAP 프로젝트에 필요한 모듈의 수요가 파악된 후에는 실제 프로젝트를 수행할 모듈 별 인력을 소싱해야 합니다. 인력을 소싱할 때 중요하게 고려해야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 프로젝트 목적에 맞는 기술 보유
- 협업이 원활한 성격
- 지속 근무 가능성
- 근무 형태 (정직원, 아웃소싱)
위의 네 가지 요소는 기본적이지만 가장 놓치기 쉽고 사전에 검증하기 어려운 것들 입니다. 지속 근무 가능성과 근무 형태는 프로젝트 기간 중 중도 이탈 위험을 줄이기 위한 요소입니다. 현재 거주지와 출퇴근 용이성을 미리 파악하여 대비가 가능한 요소이며, 근무 형태에 따라 중도 이탈에 대한 책임과 배상, 후속 조치 가능성을 미리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인력의 기술 보유 수준과 성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경력기술서나 프로필은 선수 입장을 준비하는 풀 메이크업 된 상태의 아름다운 신부와 같은 것입니다. 필자 역시 프로필만 보고 소싱을 감행했다가 낭패를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좋은 인력을 소싱하기 위해서는 '레퍼런스 체크(Reference Check)'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습니다. 쉽게 말해, 주변 인맥을 총동원하여 뒷조사를 하는 것입니다.
- 최근 프로젝트 수행 회사의 IT담당(프로젝트 담당)
- 과거에 함께 일했던 컨설턴트, 개발자
- SAP를 담당하는 주변 동료나 지인
하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존재합니다. SAP 인력 시장은 현역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많지만 한 두 사람의 입만 거치면 정체가 드러나는 의외로 좁고 폐쇄적인 커뮤니티입니다. 즉, 본인도 언젠가는 레퍼런스 체크의 대상이 될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처럼 상대에게 흠이 되는 말은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검증을 위해 레퍼런스 체크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통해 진행해야 하는 필수 과정입니다. 필자의 경험상, 지원자의 경력기술서에 명시된 프로젝트 수행이력 중 최근 2~3개 회사의 IT담당과 컨택했을 때가 가장 정확한 레퍼런스 체크가 가능했습니다.
시장 상황 인식
여러분이 프로젝트의 인력을 소싱하는 담당자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항상 자신이 지원자보다 우위의 위치에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틀리지 않은 인식입니다. 그러나 현재 SAP 시장 상황에서는 크게 착각하는 것입니다.
업종과 상관없이 시장의 주도권은 수요와 공급 상황에 따라 결정됩니다. 코로나 이전부터 증가하기 시작한 SAP 인력 수요는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했습니다.
간단한 예로, 필자가 작년 5월에 시작하기로 했던 SAP 프로젝트는 인력이 제 때 소싱되지 않아 10월이 되어서야 겨우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의 규모는 모듈 컨설턴트 한 명과 개발자 두 명이었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인력 소싱은 어려워지고 투입 단가 상승으로 인해 프로젝트 비용도 상승할 것입니다. 참고로 '21년 대비 '23년의 컨설턴트와 개발자 투입 단가는 평균 30% 이상 상승한 상태입니다.
지금과 같이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던 시기는 과거 몇 년 전에도 있었습니다. 그 시기를 경험했던 사람들은 SAP 호황기인 지금이 오히려 자신의 실력을 어필하고 시장에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고 느낄 것입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맞게 되는 순간, 고객사 IT의 인력 검증 잣대는 훨씬 더 날카롭고 예민해집니다. 공급이 부족했던 시기에 눈물을 머금고 고단가·저품질 인력을 소싱해야만 했던 고객사들이 시장의 주도권을 다시 찾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S사의 글로벌 ERP 프로젝트에 전국 수 백명의 SAP 인력이 투입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소문에 의하면, 워낙 공급이 부족했던 상황이라 SAP 무경험자가 관련 책만 읽어도 투입이 허용되었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S사의 프로젝트가 종료되어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후는 어땠을까요? 당시 근본 기술 없이 시장 상황만 보고 SAP 프리랜서를 선언한 많은 사람들이 백수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력이 부족하거나 기질이 센 사람들 역시 자연스럽게 시장에서 도태되고 말았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현재 활동 중인 SAP 컨설턴트나 개발자라면, 지금이 바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지속 성장의 기틀을 다질 수 있는 중요한 때라고 인식했으면 합니다. 반대로 여러분이 기업의 IT담당자라면, 지금 상황을 인력 검증 시스템을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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