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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역대 최저 출산율, 그래도 안낳겠다 - 출산율이 낮은 이유

by Before Sunset 2023. 1. 27.

통계청, 2022년 11월 인구동향 발표

통계청은 2022년 11월 전국 인구동향을 발표하였다.

[ 2022년 11월 인구동향-요약 ]
출생아 수 : 18,982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3% 감소
사망자 수 : 30,107명으로 전년동월대비 6.1% 증가
혼인 건수 : 17,458건으로 전년동월대비 2.2% 증가
이혼 건수 : 8,498건으로 전년동월대비 3.1% 감소
자연증가 : (출생아 수 - 사망자 수) = -11,125명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출생아 수가 월에 2만 명도 되지 않는다는 것과 2019년 11월 이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앞질러 자연증가 인구가 줄곧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 인구동태건수 추이

인구동태건수_추이
2022년 자연증가 : -11,125명으로 사망자 수가 많다.


■ 전국 월별 자연증가 추이

전국_인구_자연증가_추이
2022년은 이전 연도 대비 자연증가 수가 가장 낮다.



출산율이 낮은 이유가 무엇일까?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가임여성 1명당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가 2015년 1.24명에서 매년 감소해 2021년에는 0.808명에 불과했다. 2022년 11월에는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의 출생아 수가 1년 전에 비해 일제히 감소하였다.

출산율이 계속 낮아지는 이유에 대해 고민하던 중, 오늘로 186일째 인생을 살고 있는 필자의 아기가 뒤집기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영유아

결혼 15년 차에 어렵게 생긴 아이다. 두 번의 인공수정과 다섯 번의 시험관 시술 끝에 얻은 기적 같은 아이다. 우리 부부가 아이를 늦게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결혼 초기에는 딩크(DINK)의 삶을 즐겼고 결혼 후 5년이 지나서야 2세를 갖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오랜 기간 피임을 해왔던 탓이었을까, 좀처럼 임신이 되지 않았고 어느새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결국 우리 부부도 지난 몇 년간의 출산율 저조에 한 몫했던 셈이다.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우리나라 출산율 저조의 원인을 몇 가지 언급해 보려고 한다.

1. 경제적 부담

우리나라에서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6억 이상 든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신생아 때는 분유와 기저귀를 포함한 아이 성장에 필요한 지출을 주로 하게 되는데 이 때는 정부의 육아지원금이 도움 되는 시기이다.

아이가 걷고 말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교육비가 추가된다.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조기교육의 성과는 대개 부모의 재력과 비례한다고 인식한다. 이 같은 사회적 인식에 동의하진 않으나 그만큼 사교육비의 지출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처럼 육아를 함에 있어 미리 예상되는 경제적 부담감은 극단적으로 출산을 포기하게 하는 주요 원인일 것이다.

2. 사회적 소외감

육아에 지친 부모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나는 대학도 졸업하고 만족스러운 직장생활도 하고 있었는데 애 키운다고 하루종일 집에서 시달리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불쌍하다는 것이다. 성인의 삶에서 직장이 갖는 의미는 돈벌이 그 이상이다.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나름의 성취감을 느낀다. 근처에 육아를 도와줄 가족이나 친지가 없다면 육아는 오롯이 부모의 몫이다. 육아도우미를 고용한다고 해도 이 또한 경제적인 부담으로 이어진다.

결국 육아를 위해 아빠나 엄마 둘 중 한 사람은 사회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상실감이 클 것이다. 고학력자일수록,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본인의 사회적 역할을 포기하긴 힘들 것이다.

3. 공중파의 악영향

출산 장려를 위한 의도적인 편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예인이 본인들의 아이와 직접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많아졌다. 재미를 느끼고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볼 때마다 느껴지는 박탈감이 있다.

필자가 본 육아 예능 프로그램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수입이 좋은 연예인 부모들의 럭셔리한 육아 파티에 불과했다. 예쁜 옷을 입고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고 비싼 차를 타고 여기저기 여행도 자주 간다.

이런 방송을 보는 미혼자들은 과연 결혼 후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할까? 내가 아이를 낳으면 방송에 나오는 저 연예인들처럼 내 아이에게 최고의 것들만 누리고 살 수 있게 해 줄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저들처럼 해주지 못할 바에는 그냥 혼자 살거나 딩크로 지내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하진 않을까. 육아 스트레스 고민을 상담해 주는 예능 프로그램에 비치는 육아의 모습은 또 얼마나 처절한가.

이처럼 과도하게 포장되고 연출된 육아 프로그램들이 잠깐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는 있겠으나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 출산 거부감을 심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사랑스럽다

아이를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위에 언급한 내용 외에도 얼마든지 더 나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아이를 가져보니 그간의 걱정과 염려, 잡생각들이 백지화된 것 같았다.

퇴근 후 일상이 바뀌고 취미와 습관도 바뀌었다. SNS 프로필 사진 교체는 말할 것도 없으며 죽기 직전까지 할 것 같았던 그 좋아하던 게임도 끊었다.

아이가 부모에게 선사하는 희로애락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며 인생 2막이 열리는 순간이다. 글을 쓰는 지금도 옆 방에서는 186일째 날을 살고 있는 아이가 찡찡대고 있다.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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