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수술 후 식사 요법
필자는 위암 수술 전에 식탐도 많고 먹는 것을 몹시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세상에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
그런 달달한 생각들과 식습관은 위암 수술 후 산산히 부서졌다. 방심하는 순간 덤핑증상이 찾아와 한참을 괴로워해야 했다.
위암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회복 중인 분들은 아래 내용을 꼭 숙지하시어 건강하게 생활하시길 희망한다.
조금씩 자주 먹는다
수술 후 단계적으로 농도가 진하고 양을 늘린 미음과 죽이 제공된다. 대개 3~4일 정도 죽을 먹고 크 문제가 없으면 퇴원하게 된다. 집에서는 일주일 정도 병원 식단과 비슷하게 죽을 먹은 다음 소화에 이상이 없으면 밥을 먹는다.
처음에는 약간 진밥의 형태로 먹는 것이 부담이 적다. 양도 작은 공기로 반 공기 정도부터 시작해서 점차 늘린다. 간혹 속이 편하다고 계속 죽만 먹는 환자가 있는데 죽은 밥에 비해 칼로리가 적어서 영양의 불균형과 체중 감소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식사 횟수는 하루 5~6회 정도가 적당하며 세끼의 식사로 밥과 반찬을 섭취하고 사이사이에 영양가가 높은 간식을 먹는다. 초기에는 가능한 한 부드럽게 조리된 반찬이 좋으므로 생선살 요리, 계란찜, 두부찜이나 연한 고기, 다진 고기 등을 먹는다.
채소도 생채소나 콩나물 같이 질긴 것은 피하고 조리할 때 줄기, 껍질 부분을 제거하여 연한 부분만을 쓰도록 한다.
이런 음식은 피한다
자극적인 음식
특히 짠 음식은 위암 발생 원인 중 하나이고 위 절제 후 남은 위에 또다시 염증을 일으키므로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의 양을 반 이상 줄이도록 한다.
집에서 먹는 식사는 소금의 양을 조절할 수 있으나 외식을 할 경우는 불가능하므로 가능한 한 외식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는 장 내에 가스를 발생시키므로 피한다.
단맛이 강한 음식
단 음식은 빨리 분해·흡수되어 덤핑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한꺼번에 많은 양의 아이스크림, 꿀, 쨈, 과일통조림, 사탕, 가당 음료를 섭취하지 않는다.
단, 조리시 설탕이나 물엿을 소량 사용하는 것은 괜찮다. 덤핑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면 단 음식의 섭취를 점차 늘릴 수 있다.
기름진 음식과 가공육
기름은 칼로리가 높고 음식물의 통과 속도도 늦추므로 볶음, 무침 등에 적당량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이나 튀긴 음식은 소화를 방해하고 설사, 복통을 유발하므로 가급적 피한다.
햄, 소시지, 베이컨 같은 가공육류와 훈제가공육도 위암 발생의 원인이 되는 질산염을 많이 함유하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너무 차고 질긴 음식
찬 음식이 갑자기 소장으로 내려가면 복통과 설사를 일으킬 수 있다. 찹쌀떡이나 인절미 같은 찰진 떡은 장폐색의 원인이 되므로 피하고 감도 홍시는 잘 씹지 않고 삼키기 쉬워 변비나 장폐색을 일으킬 수 있다.
이렇듯 섬유질이 많은 질긴 음식이나 찰진 음식은 소화 장애와 장폐색의 위험이 있으므로 위 절제 후에는 가능한 피하도록 한다.
우유, 유제품
수술 직후에는 우유나 유제품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초기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소량씩 섭취해서 소화에 지장이 없으면 마셔도 괜찮다.
음식에 대한 편견과 속설
음식강박증
가끔 환자는 이것저것 다 먹고 싶어 하는데 가족들이 옆에서 음식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것을 보게 된다. 물론 환자는 음식 절제와 자기 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음식에 대한 강박증적인 간섭은 환자에게 커다란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환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상상해보자. 아침에 눈뜨기 무섭게 녹즙을 마시고 세끼 식사는 거친 현미밥에 반찬은 온통 허옇고 푸른 것이고 마시는 물도 시원한 냉수나 누룽지 대신 인삼이나 버섯 달인 물을 마셔야 한다.
밥과 반찬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한두 끼는 생식이나 선식으로 때운다. 간식으로 매일 한 바구니의 과일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
저녁에 좀 출출해도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 먹는 항암제나 소화제가 이미 한 주먹인데 비타민제, 정체불명의 종합영양제, 로열젤리, 상어 간, 개소주 거기다가 갖가지 보약까지 먹으려면 생각만 해도 배가 부르다.
이런 식생활은 오히려 수술 전보다 간이나 위장을 더 혹사시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환자의 먹는 즐거움을 박탈하는 차라리 고문에 가까운 것이다.
위암 환자의 식사는 수술 초기에 먹는 양을 적절히 조절하고 피해야 할 몇 가지만 빼면 특별히 가릴 음식은 없다. 한국 사람이 김치 없으면 밥 먹기 힘들듯이 위암 환자도 김치를 먹어야 한다.
가끔 라면도 먹고 싶고 자장면이나 햄버거가 먹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망설이지 말고 먹어야 한다. 혹시 배탈이 나면 다음부터 조심하면 된다.
하루 한두 잔의 커피는 마셔도 된다. 가끔씩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 준다는 붉은 포도주 한 잔을 식사에 곁들여도 좋다.
건강식품과 한약
회진을 돌다 보면 수술한 바로 다음날부터 환자 침상에 놓여 있는 책자나 광고 전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암 환자에게는 무엇이 좋다', '암, 이것을 먹고 치유된다'라고 광고하는 건강식품이나 항암식품에 관한 것들이다.
이것들은 대부분 과학적인 근거가 없으므로 신문 사이에 끼워져 매일 배달되는 광고 전단지 정도로 여기길 바란다. 「출처 : 노성훈 교수의 위암 완치 설명서」
진짜 건강식품은 과일과 채소처럼 시장이나 식품매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신선한 식품들로 비싸지 않은 것들이다. 특히 과학적 검증 없이 경험에 바탕을 둔 민간요법은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약은 시기를 잘 선택해서 복용해야 한다. 수술 후 1~2년 간은 항암제 주사, 먹는 항암제, 면역 증강제, 소화제, 빈혈약, 비타민 등등 다양한 종류의 약들을 복용하게 된다.
약물은 대부분 간에서 대사 되므로 이 시기에 한약을 복용하면 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수술 1~2년 후에 의사와 상의하여 한약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고기와 개고기
놀랍게도 많은 위암 환자들이 고기를 먹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고기를 먹으면 암이 다시 자란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것이다.
추측컨대 고기의 주성분인 단백질이 역시 단백질 덩어리인 암을 키우는 원료로 쓰인다는 논리가 적용된 것 같다. 그러나 이는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얘기이며 오히려 단백질의 아미노산은 백혈구를 활성화시키므로 필수적인 영양소다.
수술 후 기력을 회복하고 체중을 늘리기 위해서는 고기를 반드시 섭취해야 한다. 특히 항암제 투여로 체력이 많이 떨어지는 환자는 고단백, 고칼로리의 음식을 섭취해야 힘든 항암제를 견딜 수 있다.
간혹 고기를 먹으면 설사를 심하게 하거나 입에서 받지 않는다는 환자가 있다. 이런 경우에는 생선이나 콩, 두부 등으로 대치하여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인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
개고기는 육질이 부드럽고 기름은 적지만 다른 육류와 영양학적으로 차이가 없다. 그러므로 개고기는 환자의 몸보신 차원이 아닌 단백질과 동물성 지방을 섭취하는 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 개고기를 먹지 않던 환자에게 일부러 먹일 이유는 없다.
속 쓰림에는 우유?
우유가 위산과다로 쓰린 속을 달래는 데 좋다는 속설이 있다. 부드러운 우유가 위벽을 감싸주어 점막을 보호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오해다.
우유가 위 점막을 감싸주는 동안 일시적으로 속 쓰림 증상은 완화되지만 다시 위산이 나오면 속을 더 쓰리게 하기 때문이다.
위산 분비를 증가시키는 여러가지 물질 중에서 칼슘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약알칼리성인 우유가 위산을 희석 또는 중화시키기 때문에 일시적인 증상 완화를 보일 수 있겠지만 우유에 많이 포함된 칼슘에 의해서 다시 위산 분비가 촉진되어 속을 더 쓰리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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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노성훈 교수의 위암 완치 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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